'솜방망이 처분' 문체부, FIFA 경고에 움찔했나
'솜방망이 처분' 문체부, FIFA 경고에 움찔했나
[앵커]
정부가 홍명보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한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대한축구협회로부터 FIFA의 '경고성 공문'을 전달받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절차상 하자를 확인했다면서도 계약 무효는 어렵다는, 조금은 모호한 태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홍명보 감독을 포함한 축구계 인사들이 국회에 총출동했던 날, 정부 기조는 완고했습니다.
[유인촌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난달 24일·국회 현안질의) : (감사 결과를 발표할 때) 잘못된 지점은 분명히 지적하고 감독의 거취 문제는 축구협회가 그 이후에 이제 결정을 해야겠죠.]
직후엔 감사 결과 불공정한 사실이 드러나면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재선임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감사 결과 발표를 이틀 앞두고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섰습니다.
감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에 공정한 절차를 거듭 강조하고 개선 방안까지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었더니 방점은 대한축구협회 독립성과 자율에 있었습니다.
[최현준 /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관 (지난 2일) : (홍명보 감독의 거취는) 축구협회에서 자체적으로 검토해서 국민의 여론과 상식과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명보 감독 선임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후속 조치에는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되레 대한축구협회의 독립성, 자율성을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갸우뚱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YTN 취재 결과 축구협회에 대한 정치적인 간섭이 있으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FIFA의 '경고성 공문'이 감사 결과 발표 전에 문체부까지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30일, FIFA로부터 이 공문을 받은 축구협회가 문체부에 사실을 알린 겁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여기에 따로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FIFA가 그은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축구협회 행정 전반에 대한 감사 결과 발표는 이달 말로 예고됐습니다.
FIFA가 주시하는 감독 선임 문제보다는, 조금 더 손댈 명분이 명확한 국고보조금 사업 등 행정 부분에 강도 높은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